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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찬송 — 낡은 찬송가 책이 내게 전해 준 신앙의 유산

sangkist

할머니의 방에는 늘 한 권의 책이 있었다. 표지가 낡고 모서리가 닳은, 그러나 할머니에게는 세상 어떤 것보다 소중한 물건. 1960년대에 인쇄된 낡은 찬송가 책이었다. 할머니는 글씨를 잘 읽지 못하셨지만, 그 책을 펼치면 언제나 무언가를 찾아내셨다.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입술을 움직이는 그 모습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낡은 찬송가 책과 촛불

내가 어릴 때, 명절이면 온 가족이 할머니 댁에 모였다. 어른들이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종종 할머니 방으로 숨어들었다. 그 방에는 이상한 평화가 있었다. 할머니가 작은 소리로 찬송을 부르시면, 세상이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

할머니가 가장 자주 부르시던 찬송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이었다. 느린 박자로, 때로는 가사를 틀리면서도, 그러나 한 음 한 음에 영혼을 담아 부르시던 그 목소리.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수십 년을 하나님과 함께 걸어온 한 사람의 기도였다.

내가 여호와를 항상 송축함이여 그를 찬양함이 내 입에 계속하리로다

— 시편 34:1

찬송이 전해지는 방식

신앙은 말로만 전해지지 않는다. 때로는 노래로, 때로는 삶의 태도로, 때로는 위기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모습으로 전해진다. 할머니는 나에게 한 번도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고 가르치신 적이 없다. 그러나 할머니의 삶은 하나님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였다.

할머니는 젊어서 아이를 잃었고, 가난과 씨름했으며, 몸이 많이 아프셨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할머니의 방 한 켠에는 성경과 찬송가가 있었다. 아침이면 새벽 기도를 드리셨고, 저녁이면 찬송을 부르셨다. 그 반복이 수십 년을 이어오면서, 신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인격이 되었다.

따뜻한 할머니 손

낡은 책이 전해 준 것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우리는 그 찬송가 책을 발견했다. 책 사이사이에는 작은 종이쪽지들이 끼워져 있었다. 어떤 쪽지에는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자녀들, 손자들, 교회 지인들의 이름. 할머니는 그 이름들을 위해 기도하셨던 것이다. 나의 이름도 거기에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할머니의 찬송은 단지 개인적인 예배가 아니었다. 그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중보였다. 할머니는 찬송을 부르면서 하나님의 신실함을 기억했고, 그 신실함이 자신의 자녀들과 손자들에게도 이어지기를 소망했다.

신앙의 유산을 물려준다는 것

우리 시대에는 ‘신앙 교육’이 종종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교회 학교, 성경 공부, 캠프. 물론 이런 것들도 중요하다. 그러나 진정한 신앙의 전수는 삶에서 이루어진다. 식탁에서 나누는 감사 기도, 어려운 순간에 하나님을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 찬송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부르는 습관.

할머니는 신학자가 아니었다. 거창한 신앙 교육을 하신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낡은 찬송가 책 한 권으로, 수십 년의 삶을 통해, 할머니는 나에게 가장 귀한 유산을 남겨주셨다.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찬송할 만한 분이시며, 인생의 어떤 계절에도 신뢰할 수 있다는 것.

오늘도 나는 가끔 그 낡은 찬송가를 꺼내 펼쳐본다. 할머니의 손 때가 묻은 그 책 위에서, 나는 또 한 번 그분의 목소리를 듣는다.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그 찬송이 내 입에서도 흘러나올 때, 나는 연결된다. 할머니와, 그리고 할머니가 사랑했던 하나님과.

찬송이 지닌 치유의 힘

심리학자들은 음악이 기억과 감정에 미치는 독특한 영향력을 연구해왔다. 치매 환자가 어린 시절 배운 노래를 정확히 기억하는 현상, 극심한 불안 속에서도 친숙한 선율이 안정감을 주는 현상—이것은 단순한 심리적 메커니즘이 아닐 수 있다. 하나님이 음악이라는 선물을 통해 우리 영혼 깊은 곳을 어루만지시는 방식일지 모른다.

할머니의 찬송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그 음악의 신비를 생각한다. 글자를 잘 모르셨어도, 노래는 기억하셨다. 노래가 기도가 되었고, 기도가 삶이 되었다. 찬송은 할머니에게 하나님과 연결되는 가장 자연스러운 통로였다.

다음 세대에게 남기는 것

이 시대의 부모들과 조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주고 있는가? 재산과 학벌을 물려주려 애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할머니가 내게 가장 귀한 것을 남겨주셨듯, 우리도 신앙의 유산을 남길 수 있다. 그것은 반드시 거창할 필요가 없다. 함께 드리는 저녁 기도, 밥상머리에서 나누는 감사, 어려운 시간에 하나님을 바라보는 모습—이 작은 것들이 쌓여 신앙의 유산이 된다.

할머니의 낡은 찬송가 책은 지금도 내 책장 한 켠에 있다. 가끔 꺼내 펼쳐볼 때면, 책 사이에서 떨어지는 작은 기도 쪽지들이 나를 다시 한 번 하나님 앞으로 이끈다. 할머니가 물려준 신앙이 내 안에 살아있고, 언젠가 내 자녀에게도 전해질 것이다. 신앙은 그렇게 대를 이어 흐른다. 마치 강물처럼, 멈추지 않고.

당신에게도 이런 기억이 있는가? 신앙을 전해준 누군가의 삶, 그 삶 속에서 보았던 하나님의 흔적. 그것이 지금 당신의 신앙의 뿌리가 되어 있지 않은가.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신앙 위에 서 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다음 세대의 신앙 위에 서는 발판이 될 것이다. 찬송 한 곡이, 기도 한 번이,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작은 신뢰가 강처럼 흘러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오늘도 그 강의 일부가 되자. 할머니가 그러하셨듯이.

신앙의 유산은 재산이나 지식처럼 한 번에 전달되지 않는다. 그것은 수천 번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 아침의 기도 소리 속에서, 식탁 앞에서 드리는 짧은 감사 속에서, 두려운 순간에도 하나님을 신뢰하는 모습 속에서 스며든다. 할머니는 그 방식을 알고 계셨다. 우리도 그 길을 걸을 수 있다. 다음 세대에게 찬송 한 곡을, 기도 한 마디를, 그리고 신실한 삶의 본을 남기는 것—그것이 우리 시대의 소명이기도 하다.

오늘 이 에세이를 읽는 당신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 혹은 당신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를 소망한다. 찬송 한 곡으로, 기도 한 마디로,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신실한 발걸음으로 신앙의 강을 이어가는 사람. 할머니의 낡은 찬송가 책처럼, 그 삶이 다음 세대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그들을 하나님께 이끄는 표지판이 될 것이다. 주님의 은혜가 대를 이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