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전환점이 있다. 어떤 이는 오랫동안 일해온 직장을 잃고,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앞에 서고, 어떤 이는 질병이라는 낯선 땅에 발을 들여놓는다. 우리는 그 길목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히거나, 혹은 떨리는 걸음으로 한 발을 내딛는다.
나는 그 전환점 앞에 여러 번 서 보았다.
처음에는 그것이 단순한 상실처럼 느껴졌다. 내가 붙들고 있던 것들이 하나둘 손에서 빠져나갈 때, 나는 그것을 잃어버림이라 불렀다. 내가 쌓아 올린 계획들, 내가 소중히 여기던 관계들, 내가 의지하던 안정감들.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질 때,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뒤를 돌아보니, 그것은 잃어버림이 아니라 비워짐이었다. 하나님이 더 좋은 것을 담기 위해 먼저 비워내신 것이었다. 내가 꽉 쥐고 있던 손을 억지로 펴게 하셔서, 더 크고 더 귀한 것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시키신 것이었다.

“여호와를 신뢰하고 선을 행하라. 땅에 머무는 동안 그의 성실을 먹을거리로 삼을지어다. 또 여호와를 기뻐하라. 그가 네 마음의 소원을 네게 이루어 주시리로다.”
— 시편 37편 3-4절
낯선 길은 처음에는 무섭다. 지도도 없고, 앞을 보여주는 이정표도 없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바닥이 단단한지 확인해야 하고, 매 순간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불확실함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러나 그 낯선 길을 걷다 보면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발밑의 작은 꽃,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 바람이 풀을 쓰다듬는 소리. 익숙한 길에서는 너무 빨리 걸어서 지나쳐버렸던 것들이다.
전환점이 선물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너무 오래 같은 길을 걸으면 걷는 것 자체를 잊어버린다. 목적지만 바라보고, 그 과정을 잃어버린다. 효율만을 생각하고, 의미를 잊어버린다. 그런데 낯선 길 위에 서게 되면, 우리는 다시 걷는 법을 배운다. 한 걸음씩, 주의 깊게, 감사하며.
믿음의 길도 그렇다. 어린 시절의 신앙은 종종 자동화된다. 교회에 가고, 기도문을 외우고, 찬송을 부른다. 그 모든 것이 아름답지만, 때로는 습관이 되어버린 믿음이 살아있는 만남을 대체하기 시작한다. 그때 하나님은 우리를 낯선 길로 인도하신다. 안락한 자리를 흔들어, 진짜 신앙이 무엇인지 다시 발견하게 하신다.

내가 그 낯선 길 위에서 처음으로 하나님을 개인적으로 만났다. 예배당 안에서가 아니라, 무너진 자리에서. 감사기도가 아니라, 절규에 가까운 기도 속에서. 그분은 그 자리에 계셨다. 아주 조용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 시편 23편 4절
전환점을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하나님을 교리가 아니라 경험으로 안다. 성경 구절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이 자신의 이야기가 된 것을 안다. 그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사실 전부다. 머리로 아는 하나님과 마음으로 아는 하나님은 다르다.
지금 당신이 낯선 길 위에 서 있다면, 이것을 기억하라.
그 길이 낯선 이유는 당신이 처음 가보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에게는 처음이 없다. 그분은 이미 그 길을 알고 계신다. 그 길의 끝도, 그 길의 의미도. 당신이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그분은 다 아신다.
그러므로 두려워하지 말라. 낯선 길이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목적지로 이어진다. 돌아보면 반드시 알게 된다. 그 길이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길이었다는 것을. 그 길 위에서 당신이 가장 많이 자랐다는 것을.
오늘 당신의 발 앞에 펼쳐진 낯선 길, 그 길 위에도 은혜가 있다. 걷는 것을 멈추지 마라. 그분이 함께 걸으신다. 한 걸음씩, 그분의 손을 붙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