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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5장 5절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 여름 문턱에서 다시 읽는 붙어 있음의 은혜와 그 말씀이 건네는 조용한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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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까워지면 포도나무 이야기가 자꾸 생각납니다. 포도나무는 봄에 가지를 쳐 주어야 하고, 여름에 물을 주어야 하고, 가을에야 비로소 열매를 맺습니다. 그 기다림의 시간 안에 농부의 수고와 가지의 인내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요한복음 15장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마지막 교훈 중 하나입니다. 십자가를 앞두고, 감람산으로 가시던 그 길에서, 예수님은 포도나무 비유를 꺼내셨습니다. 왜 하필 그 순간이었을까를 생각하면, 이 말씀이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사랑의 고백이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포도나무 가지와 열매 — 요한복음 15장 묵상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 요한복음 15장 5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이 구절은 종종 오해받습니다. 우리가 연약하다는 책망으로 읽히기도 하고, 우리 능력의 한계를 지적하는 말씀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말씀이 책망이 아니라 초대라고 생각합니다. “내 안에 머물라”는 초대, “나와 함께 있으라”는 부름.

포도나무 가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가지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가지의 일은 단 하나입니다. 나무에 붙어 있는 것. 뿌리로부터 올라오는 영양분을 그저 받는 것. 그리고 그 받음의 결과로 열매가 맺힙니다. 열매를 맺기 위해 가지가 무언가를 특별히 더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붙어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때로 우리는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이 봉사하고, 더 많이 헌신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노력들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말씀하신 핵심은 ‘많이’가 아니라 ‘붙어 있음’이었습니다. 그와 나 사이의 연결이 살아 있을 때, 열매는 자연스럽게 맺힌다는 것입니다.

말씀을 펼쳐 묵상하는 시간

그렇다면 “붙어 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일까요. 신학자들은 이를 두고 ‘거함(abide)’이라 표현합니다. 헬라어 원문에서 ‘메노'(μένω)는 단순한 물리적 위치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 의존, 신뢰의 상태를 뜻합니다.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 잠깐 들르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것. 예수님은 그것을 원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하루를 시작할 때 성경을 펼치는 것, 기도로 하루를 여는 것, 중요한 결정 앞에서 잠시 멈추고 하나님 앞에 가져가는 것 — 이 모든 것들이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는 행위들입니다. 극적이지 않더라도, 화려하지 않더라도, 그 조용한 붙어 있음이 신앙의 열매를 만들어 갑니다.

여름이 오는 이 문턱에서, 요한복음 15장 5절을 다시 읽으며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지금 붙어 있는가. 그 질문은 나를 책망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를 부드럽게 다시 그분께로 이끌어 가는 물음입니다. 열매를 맺으려 애쓰기 전에, 먼저 나무 곁에 머무는 것. 그것이 이 말씀이 오늘 저에게 건네는 조용한 초대입니다.

오늘 하루도, 그리고 이 한 주도, 포도나무 되신 주님 안에 머무는 가지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가 그 안에 있을 때, 주님이 약속하신 대로 열매는 반드시 맺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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