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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아이 통장을 열어보며 — 청지기 교육의 첫걸음


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이른 아침, 작은 봉투 하나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잠시 멍하니 들여다보았습니다. 일곱 살 된 큰아이의 이름이 적힌 통장 봉투입니다. 어제 은행에서 새로 발급받아 온 이 통장은 부모인 우리에게는 작은 행사이고, 아이에게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 의식입니다. 명절에 받은 세뱃돈, 생일에 들어온 작은 축의금, 친척들이 가끔 손에 쥐여 준 한두 장의 지폐. 그 모든 것들이 오늘부터는 이 한 권의 통장 안으로 모이게 됩니다. 어린이날 선물로 장난감을 사 주는 일도 좋지만, 올해는 통장 한 권을 함께 열어 주기로 부부가 결심한 것이 한 달 전쯤이었습니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잠언 22장 6절)

잠언의 이 한 구절은 자녀 양육에 관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본문입니다. 그러나 이 본문이 돈에 관한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은 의외로 자주 잊힙니다. 마땅히 행할 길에는 신앙의 길도 있고, 인격의 길도 있고, 그리고 청지기로서 재정을 다루는 길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돈에 대한 태도는 어른이 되어서도 거의 그대로 따라옵니다. 사용 습관, 저축 습관, 기부 습관, 무엇보다 돈을 신앙 안에서 어떻게 위치시키는지에 관한 마음의 자세는, 어렸을 때 부모와 함께 익힌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임상에서나 상담에서나 자주 확인하게 됩니다.

아이의 통장은 단순한 저축 도구가 아닙니다

아이에게 통장을 만들어 주는 일은 단순히 저축을 가르치는 일이 아닙니다. 통장 한 권은 청지기 정신을 시각적으로 가르치는 도구입니다. 통장에 찍히는 한 줄 한 줄은, 한 사람의 손에 잠시 머물다가 다른 자리로 옮겨 가는 자원의 흐름을 기록한 일종의 일기입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통장을 펼쳐 보는 시간은, 그 흐름을 함께 묵상하는 작은 가정 예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 묵상의 시간 안에서 아이는 처음으로 자기 손에 들어온 자원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배우게 됩니다.

식탁 위의 작은 저금통

물론 일곱 살의 아이가 청지기라는 단어를 곧장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해 이전에 감각이 먼저 자랍니다. 아이는 부모가 통장을 어떤 표정으로 들여다보는지, 어떤 어조로 그 안의 숫자에 대해 말하는지를 본능적으로 흡수합니다. 부모가 통장을 욕망의 자리로 다루면 아이도 그 자리를 따라가고, 부모가 통장을 위탁받은 자원의 자리로 다루면 아이도 그 자리를 따라갑니다. 어린이날의 통장 선물이 의미를 갖는 것은, 그 통장 자체가 아니라 그 통장을 마주하는 부모의 자세 때문입니다.

세 개의 봉투, 세 가지 자세

저는 자녀 재정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로 세 개의 봉투를 추천합니다. 한 봉투는 저축의 자리, 한 봉투는 사용의 자리, 그리고 한 봉투는 나눔의 자리입니다. 비율은 가정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세 자리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날에 통장과 함께 작은 봉투 세 개를 함께 만들어 두는 일을 권해 드립니다. 통장은 저축의 자리에 가깝지만, 봉투는 그 외의 두 자리를 시각적으로 분리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손에 만 원이 들어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부모와 함께 그 만 원을 어떻게 나눌지 정해 보는 시간은, 단순한 산수 연습이 아니라 짧은 영성 훈련의 시간이 됩니다. 오천 원은 통장 봉투로, 삼천 원은 사용 봉투로, 이천 원은 나눔 봉투로. 비율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도 나눔 봉투에 손이 가지 않는 분배는, 청지기 정신의 가장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나눔의 비율이 작아도 좋습니다. 다만 그 자리가 처음부터 존재해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나눔의 자리가 비어 있던 마음에는, 어른이 되어 갑자기 그 자리를 채우려고 해도 잘 채워지지 않습니다.

이른 가정 회의의 가치

실제 상담 사례 하나를 짧게 나누고 싶습니다. 자녀 두 명을 둔 한 가정에서, 매주 토요일 저녁 삼십 분씩 가정 회의를 진행한 지 삼 년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십 분도 채우지 못하던 시간이, 지금은 삼십 분이 짧다고 느낄 만큼 풍성해졌다고 하십니다. 회의의 한 부분에는 늘 재정에 관한 작은 한 줄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번 주 우리 가족이 어떤 자원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다음 주에는 어디에 더 마음을 두고 싶은지에 대한 짧은 나눔입니다. 그 나눔의 누적이, 두 자녀의 마음 안에 청지기 정신을 가장 자연스럽게 길러 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회의가 길지 않아도 좋습니다. 짧아도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자리가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아이의 첫 헌금은 부모의 모습을 따릅니다

나눔 봉투의 한 부분은 자연스럽게 헌금으로 이어집니다. 주일 아침 헌금함 앞에서 아이가 자기 손에 든 작은 동전 몇 개를 떨어뜨리는 장면은, 부모에게는 작은 추억이지만 아이에게는 평생의 신앙적 패턴이 형성되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 부모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부모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자세로 헌금을 내고 있는지가 결정적입니다. 아이는 가르침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세를 봅니다. 부모가 헌금을 의무처럼 내면 아이도 의무처럼 내고, 부모가 헌금을 감사처럼 내면 아이도 감사처럼 냅니다. 자녀의 헌금 교육은 본질적으로 부모 자신의 헌금 자세에 대한 점검에서 시작됩니다.

분홍색과 푸른색의 저금통

용돈 협의의 시간을 가정의 의식으로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일정한 주기로 용돈을 협의하는 시간을 만들기를 권합니다. 매주, 혹은 매월 정해진 요일에 부모와 자녀가 마주 앉아 지난 기간의 사용을 함께 돌아보고 다음 기간의 계획을 짧게 나누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결산의 자리이기보다는, 함께 청지기로 살아가는 가족의 짧은 회의 자리에 가깝습니다. 용돈 협의의 시간은 비난의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잘 사용한 부분은 함께 기뻐하고, 잘 사용하지 못한 부분은 함께 묵상하며, 다음 주에 새롭게 시도해 볼 작은 변화를 같이 정합니다. 결산보다 묵상이 앞서면, 그 시간은 가정 안에서 가장 따뜻한 의식 중 하나가 됩니다.

실수에 대한 너그러움

아이는 반드시 실수를 합니다. 받은 용돈을 한 번에 다 써 버리기도 하고, 친구 앞에서 충동적으로 큰 지출을 하기도 합니다. 그 실수의 자리에서 부모가 어떤 자세를 보이는지가, 사실 가장 결정적인 교육 장면입니다. 실수가 비난으로 이어지면 아이는 다음 번에 그 실수를 숨깁니다. 숨겨진 실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같은 패턴으로 반복됩니다. 반대로 실수가 함께 묵상하는 자리로 이어지면, 아이는 그 실수에서 작은 깨달음을 가지고 일어섭니다. 청지기로 자란다는 것은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수 안에서도 자세를 다시 가다듬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부모의 너그러움이 그 자세의 원형을 만들어 줍니다.

숫자 너머의 마음을 함께 읽는 일

재정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부유한 자녀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자유로운 자녀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에 매이지 않고, 돈을 사용하면서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으며, 돈을 통해 다른 사람을 살리는 일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자녀. 그런 자녀는 통장의 잔액으로 자라지 않습니다. 통장 안에 찍힌 숫자 너머에 어떤 마음이 흐르고 있는지를 부모와 함께 읽어 본 시간의 누적으로 자라납니다. 어린이날의 통장 선물이 그 첫 페이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아침 식탁 위의 그 작은 봉투를 다시 한 번 들여다봅니다.

어린이날의 작은 결심

오늘 하루, 큰아이와 함께 통장을 펼쳐 보는 짧은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통장의 첫 줄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함께 보고, 그 옆에 작은 그림을 한 장 그려 두려고 합니다. 일곱 살의 손이 그릴 그 그림은 분명히 서툴겠지만, 그 서툰 그림이 통장 첫 페이지에 남는 가장 정직한 흔적이 될 것입니다. 청지기 교육은 거창한 강의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통장 첫 페이지의 작은 그림 한 장에서 시작됩니다. 어린이날 저녁이 오기 전에, 그 한 장을 함께 그려 두는 일이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정입니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는 본문이 오늘 새벽보다 한 번 더 따뜻하게 마음에 들어옵니다. 그 길이 신앙의 길만이 아니라 재정의 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부모인 우리는 아이의 통장 한 권 앞에서 다시 한 번 자세를 가다듬게 됩니다. 어린이날 선물 중 가장 오래 남는 선물이 무엇이었는지를 훗날 큰아이가 기억하게 된다면, 작년의 장난감이 아니라 올해의 통장이기를, 그리고 그 통장을 함께 펼쳐 본 부모의 표정이기를 작게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