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어느 날,
점심시간이 끝나고 5교시 수업에 들어갔을 때였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도 아이들은 창문을 모두
열어 놓은 채 몸을 웅크리고 추위에 떨고 있었다.
“너희들은 안 추운 모양이구나. 난 추운데…”
“추워요…”
“그런데 왜 문을 안 닫지?”
“….”
“옳아, 환기시키려고 그러는구나?”
아이들은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웃기만 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수업이 진행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오다가 그 반 담임교사인
김선생님을 만났다.
“김선생님! 선생님 반은 추운데도 모두들 문을 열어 놓고 있던데요.
아이들이 젊어서 그런지 안 추운가 봐요.”
그런데 김선생님 입에서는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은 우리 반의 한 아이가 4교시 수업이 끝날
무렵에 실수를 했어요.”
이야기인즉, 그 학급에는 특수 학급에서 온 아이가
한 명 있는데, 그 아이가 수업 시간에 그만 설사를
했다는 것이다.
옷을 버린 것은 물론이고 교실 바닥까지 지저분해졌다.
거의 난리가 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두 학생이 자발적으로 나서더니 선생님을 제쳐놓고
오물을 치우고, 숙직실로 데리고 가서 목욕까지 시켜
자신들의 체육복으로 갈아입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이의 속옷과 교복까지 빨아 주었단다.
결국 그 학급의 아이들은 친구의 실수를 덮어 주기
위해 내게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이들의 조용한 웃음 속에는 비밀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정서로 본다면,
그런 일은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고, 짓궂은
아이들의 이야깃거리가 됐을 텐데…..
어른보다 나은 마흔명의 아이들이 무척 사랑스러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