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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기술-실천의 문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자신의 기억력을 얼마나 신뢰하는가?

나로 말하자면 내 자신에 대한 기억력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진실로 중요하고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은 머리에 남겨두기보다 다른 곳(컴퓨터, 휴대폰, 메모지)에 남겨 둔다.

그렇게 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공학 관련 책들은 반드시 한 꼭지 정도는 메모의 중요성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

그래서 성공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메모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으며, ‘메모’라는 주제 하나로 한 권이 책이 된 <메모의 기술>이라는 책은 수십만 부가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메모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메모하는 습관을 몸에 체득하였을까? 아마도 많지 않으리라.

그것은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을 읽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다고 결심했던 사람들의 숫자가 얼마 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메모의 기술이든 아침형 인간이든 모두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라는 말이다.

어떤 결심이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나는 자신에게 맞지 않은 결심이나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결심이나 계획이 너무 무리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의지박약’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사람들은 어떤 결심을 하거나 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의지가 충만하다.

그런데 그 충만했던 의지가 오래 가지 못하고 꺾이는 것은 의지가 약해졌다기보다는 원래 자신과 맞지 않은 일을 계획했거나, 계획을 단계적으로 가져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저녁에 더 활동적이고 시간대비 효율성이 높은 사람도 많다.

특히 예술가들은 밤 늦게까지 여러 가지 생각과 활동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직업상 밤늦게까지 일하고 아침이 다 돼서야 퇴근하는 직업도 있다.

이들이 아침형 인간이 되고자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 자신이 아침에 활동하는 것이 체질에 맞다고 해도, 아침 8시에 일어나는 사람이 갑작스레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것은 실천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 이틀 정도, 길어야 일주일 정도 그렇게 할 수는 있겠지만, 신체 리듬이 갑자기 깨져버릴 경우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다.

더욱이 새벽 4시에 일어나고자 한다면, 그만큼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 저녁 시간에 대한 계획을 무시한 채 일어나는 시간만 지키려고 한다면 거의 100%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메모하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메모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모든 일을 메모할 수는 없는 법이다.

어렸을 때 일기를 쓰면서 느꼈던 난감함을 떠올려 보면 지금 내가 하는 말의 뜻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일기를 쓰고자 할 때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이 하루 중 있었던 일 가운데 어떤 일을 써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모든 기록을 다 하고자 한다면 하루에 대한 기록만으로도 책 한 권은 족히 될 것이다.

하지만 일기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그 날 있었던 어떤 중요한 일에 대한 서술이자 평가이다.

그래서 한두 페이지 분량에 그날 하루 있었던 일에 대한 기록이 끝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직장생활에서의 메모 또한 모든 걸 기록할 수는 없는 법이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만 기록하더라도 성공적인 메모인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메모를 함에 있어 메모지나 공책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컴퓨터 앞에 붙어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내가 주로 이용하는 것은 컴퓨터이다.

컴퓨터에서 메모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웃룩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몇 년 전에는 한글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일정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했으나 기능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고, 그쯤 해서 우연찮게 아웃룩이라는 프로그램과 조우하게 되었다.

아웃룩에서는 메일 관리, 일정 관리, 주소록 관리, 메모 관리 등 업무에 대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기본적인 기능만 이용을 해도 이 프로그램을 비서처럼 이용할 수 있다.

일례로 아웃룩을 이용하여 스케줄을 적어놓고, 적어놓은 스케줄 옵션 사항에 ’10분 전에 알리기’를 체크해놓으면, 내가 잊어버리더라도 정확히 그 스케줄 10분 전에 아웃룩 프로그램이 모니터 화면에 때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모든 기록을 아웃룩에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휴대폰에 중요한 일정을 기록하고 알람 설정을 해놓을 때도 있고, 종이 스케줄러에 일정을 기록해 놓을 때도 있다.

하지만 휴대폰이 됐든 종이가 됐든 가급적 다시 아웃룩을 이용하여 중복 기록한다.

하나로 통합이 되는 곳이 있어야 정리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가 휴대폰이나 종이 등을 이용할 때는 아웃룩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컴퓨터라는 놈이 때때로 문제를 일으키곤 하므로 주기적으로 아웃룩에 있는 자료들을 백업해 놓는다.

나 같이 컴퓨터를 많이 이용하고,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편한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된다.

하지만 업무 성격상 컴퓨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PDA나 종이 스케줄러 등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수단을 이용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꾸준히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을 결정하고 차근차근 하나씩 기록하는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직장생활에서 문서작성의 중요성을 괜히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문서 한장 한장을 통해 그 사람의 생각과 태도와 자세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메모를 잘하고, 메모를 통해 글쓰기 훈련도 덤으로 한 사람이라면 문서작성에서도 그 진가가 발휘된다.

하지만 건성으로 메모를 하거나 메모를 아예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손쉬운 문서 한 장을 쓰더라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직장생활에 있어 의사소통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 갈 것이다.

그런데 그 의사소통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 말과 글이다.

그런데 말하는 능력과 글 쓰는 능력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대체로 말보다는 글이 훨씬 배우기 더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간단한 메모의 습관이 글 쓰는 능력을 곧바로 키워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메모를 통해 글과 친해지다 보면 조금이나마 글을 쓰는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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