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 다녀 오겠습니다.”
딸 아이 은빈이가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나선다.
나는 그런 은빈이의 등을 토닥거리며 “차 조심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거라”라고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곧바로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은빈이가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은빈이는 반드시 한번은 뒤를 돌아보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내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저 멀리서 새로 산 가방을 메고 운동화를 신고 친구와 조잘대며 횡단보도 신호등 앞에 서 있는 은빈이를 보면서 은빈이가 오늘도 탈없이 보내기를 소망한다.
잠시 후에는 은빈이의 남동생 승완이도 가방을 짊어지고 현관을 나선다.
승완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누나와 나란히 학교에 나섰지만 이제는 등교 시간이 달라져 혼자 간다.
승완이도 엄마가 언제나 자기 뒷모습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고 눈이 마주치면 손을 크게 흔든다.
아주 드물게 승완이는 집을 나서기 전에 꾸중을 듣기도 한다.
그래도 승완이는 나에게 손을 흔드는 것을 잊지 않는다.
승완이의 그런 모습을 보면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벅찬 감동이 솟는다.
조금 전에 있었던 서운했던 일도, 그리고 마음 상했던 일도 말끔히 사라진다.
내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베란다에 서서 아이에게 손을 흔드는 이유가 있다.
훗날, 언젠가는 나는 아주 먼 곳으로 떠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두 아이는 훌쩍 자라서 어른이 될 것이다.
이들은 세상사에 부대끼며 지치고 피곤한 몸으로 그냥 그 자리에 맥없이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뒷모습을 지켜보며 손을 흔들어 주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면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두 아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용기를 주는 엄마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