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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아이러니


이런 실험이 있었습니다.

텔레비전 앞에 꼬마 형제 둘을 앉혀 놓고 같은 만화를 보게 했습니다.

형은 서투르나마 글을 읽을 수 있었고 동생은 전혀 읽지 못했습니다.

그 만화는 외국 만화였기 때문에 꼬마 둘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번역된 자막은 있었습니다.

약 20분이 흘렀습니다.

이 실험은 두 꼬마 중 누가 만화를 더 잘 이해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는 물론 글을 읽을 수 있는 형이 그 내용을 더 잘 이해했으리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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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내용을 더 잘 이해한 것은 다섯 살 난 동생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형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만화의 그림보랴, 밑에 써 있는 자막 읽으랴, 그리고 그 둘을 연결시키랴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느라고 만화를 단편적으로 이해할 뿐 전체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웠던 것입니다.

반대로 다섯 살 난 꼬마는 그림으로만 즐거리를 맞추어 가면서도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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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험에서 형이 “보면서 보지 못하는 삶” 의 아이러니를 나타낸 것이라면 동생은 “읽지는못해도 그 앞에 전개되는 줄거리를 관망할 수 있는 능력” 을 나타낸 것입니다.

우리도 때로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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