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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쯤의 외출


살짝 몸을 감싸오는 등받이 의자에 몸을 싣고
유리창 너머로
바쁘게 걸어가는 이들을 바라봅니다

나무 줄기를 버팀목 삼아 하늘을 오르려는
능수화 줄기에선
주홍 망울을 터뜨리려는 설레임이 시작되고

전나무 가지를 점프하듯 튀어 오르는
도심의 단비는
곡예사의 훈련됨을 무색하게 합니다

아주 오랫만에 혼자 가져보는 시간입니다
매일 아침 눈뜨면 반복되는 시간들 속에서…

분주한 거리를 아슬하게 지나쳐가던 날들 속에서…

오늘 한 번쯤은 도피 아닌 도피를
해볼 생각입니다

주위를 잔잔히 물결처럼 감싸며 흐르는 음악과…

초코 가루를 살짝 뿌린 카푸치노 커피 한 잔…
그리고 아몬드 쿠키 두 개…

포근한 눈처럼 쌓여 있는 거품이
내 입술에 달콤함으로 전해져 옵니다

슬픈 음악을 들으면서도 가슴이 시리지 않는 건
아마도 이 시간 속에 내려 앉은
마음의 여유 때문이겠지요

문득 문득 찾아오는
상념과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느껴지는 외로움이
때론 친근한 듯한 느낌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가끔…
아주 가끔은
끝없이 부리고 싶은 욕심과 소유욕 허영으로부터
내 자신에게 미약한 자유나마 줄 수 있는
이시간이 필요했었나 봅니다

서서히 거리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켜지는 네온사인들과
집으로 향하는 차들의 헤드라이트 불빛
더위와 싸우며 펼쳐 들었던 손부채들도
휴식이 필요한 듯 조금씩 접혀지고
나에게 주었던 혼자만의 시간도
저 어둠 속에 사라지는 빛처럼 조금씩 접혀져 갑니다

이 음악이 끝나면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젠 또 주어진 삶의 한 페이지를
채워갈 준비를 해야겠지요
흘러가듯 떠나가듯 지는 해를 말없이 배웅하며
하루가 저물어 가는 해거름 사이로
조용히 나를 묻어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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