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런던의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피아노 연주회가 열렸다.
40여 년의 긴 세월 동안 오로지 다른 연주가와 성악가를 돋보이게 해 준 한 반주자의 은퇴를 기념하기 위한 헌정 은악회였다.
노신사가 천천히 무대로 걸어 나왔다.
관중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홀로 무대에 선 그를 지켜보며 숨죽였다.
곧이어 슈베르트 ‘음악에’가 연주되었고,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그의 연주는 연주회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피아니스트 제럴드 무어, 그가 바로 이 연주회의 주인공이다.
1899년 7월,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스무살 때 반주자로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당시 반주자의 위상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실력을 갖춘 반주자로서 무대에 서기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다.
그 결과 제럴드 무어라는 이름은 그 어떤 독주자에 못지않은 당당함을 얻게 됐고 예후디 메뉴인, 파블로 카잘스, 자클린느 뒤 프레 등 당대 최고의 음악가들은 그의 반주로 연주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
그가 자신들의 연주를 그 누구보다 빛내주리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1987년 3월 13일, 88세로 생애를 마감하기까지 제럴드 무어는 수많은 독주자 뒤에서 그들의 연주가 빛을 발하도록 뒷바침했다.
그 누구보다 훌륭한 기량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묵묵히 다른 사람들을 빛내는 조연에 만족하는 삶을 산 것이다.
그의 삶은 진정한 예술이란 ‘겸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깨닫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