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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갖지 말라


지난해 8월 중순 쿠바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았다.

발신자는 홍인식 목사님이었다.

그는 남미에서 누구보다 성공적인 목회자란 평판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5월 말 그는 교회를 사임하고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쿠바인을 섬기기 위해 쿠바 선교사로 자원했다.

그의 허락 하에 그 편지의 내용을 일부 옮긴다.

쿠바의 요즘 날씨는 너무 덥습니다.

차가 없기 때문에 늘 만원 버스를 이용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만원 버스를, 그것도 무더운 여름에 타다 보니 서민들의 서러움을 더욱 느낍니다.

만원 버스 안은 땀 냄새의 악취가 얼마나 심한지 견디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이렇듯 어려운 사정을 직접 제 몸으로 체험케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편안하고 안일한 삶을 살아왔는지 새삼 깨닫습니다.

특히 우리 목회자들의 삶이 이들 서민의 삶에 비해 얼마나 많은 특혜와 특권을 누리고 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주님의 종 된 우리가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바라고, 또 자신이 바라는 것만을 향해 나아가고 있기에 우리 마음이 쉬이 흐트러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 있으며 왜 예수님이 제자들을 파송하시며 아무것도 갖지 말라고 하셨는지, 그 이유를 나름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없는 것이 많다 보니 주님께 더욱 매달리게 되고, 오직 그분만을 의지하게 마련이지요.

제자의 삶엔 무엇보다도 절대적인 믿음이 필수적이란 것을 이곳의 어려운 사정을 통해 절감합니다.

그래서 요즘, 사는 것을 얼마나 보람되게 여기는지 모릅니다.

저는 이곳에서 주님의 쟁쟁한 음성을 듣고 있습니다.

  • 「인간의 일생」/ 이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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