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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는 하나님과의 약속입니다.


9월의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고 있습니다.
9월의 중순이어도 낮의 햇살은 아직 여름기세가 살아있어 제법 살갑습니다.

이런 따가운 햇살은 오늘 있을 많은 일들을 예고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렇게 뛰어간 호텔입구엔 행사를 진행할 선배 목사님들이 먼저 와서
한참 열을 올려 오늘 있을 이야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열명이 넘는 중국에서 오신 분들을 모시고 감리교의 산실인
감리교 신학대학교를 방문하여 총장님 만나 뵙고 곧바로 청와대로,
국회 의사당으로, 감리교 본부방문이며, 6.3빌딩 아이맥스 영화관으로 갔습니다.

점심때는 고급 중국 요리 집에서 맛본 산해진미의 맛들이며,
갖가지 관광으로 빡빡하게 짜여진 한국 방문 일정대로
일개 보조 수행원인 난 덩달아 구경도 잘하고 그분들 기념사진 찍어드리고
방문지 관계자 여러분의 정성어린 설명도 듣고 ,
평생가도 한번 뵈기도 힘든 감독님이며, 지역 국회의원이며 하여튼 높으신 분들 만나보며
그분들의 딴 나라 세상같은 이야기 듣고
어리둥절하며 막내 전도사는 오늘 엄청 횡재 한겁니다.

이제 막 개척한 나이도 제일 어리고 목회한 년급도 제일 어리고,
교회도 제일 작은 나를 누가 이런 비싼 밥을 사주며
누가 이런 좋은 구경들을 시켜 주겠습니까?

그냥 높으신 분들 짐 들어주고 심부름꾼 역할 해주고, 그분들 불편한 것 없나 살피고,
사진기사 노릇이나 하고, 뭐 그런 것이지요,
지방회 선교부에서 하는 큰 행사 진행을 보조하느라 겸사겸사 좋은 구경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높은 분들하고 친해두면 얻어지는게 많은가 봅니다.

나야 뭐, 높은 사람 아는 이도 거의 없고, 그저 세상에서 제일 높으신 분이 우리 주님인줄만 알고
지금까지 주님 옷자락 열심히 붙들고 제자 되겠다고 따라 다니고 있으니
언젠가 좋은날도 있겠지 싶었는데 오늘이 그런날 중 하루인가 봅니다.

하여튼 중국 산동성 교회 지도자들과 종교지도자들이 우리 지방을 방문해서 생긴 일입니다.

작년에는 우리쪽에서 선교부 행사로 중국 선교를 구체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현장 답사차 연배 높으신 어른 목사님들과 지방 행정을 맡으신 감리사님 이하 여럿 임원들이
중국을 방문했었고 이번 년도엔 중국 분들이 답례로 방문을 하는 것입니다.

8박 9일간이었던가요? 긴 여정중 오늘의 일과가 끝나고 중국 교회 지도자들과 종교국 지도자들이
숙소인 부평 관광호텔에 들어가고 나니 이제 숨좀 돌려봅니다.

그분들은 휴식을 취하러 들어 갔지만 고전도사는 마음이 바쁩니다.
오늘은 금요일이고 우리 교회에선 저녁 9시에 철야 예배가 시작됩니다.
그분들 8시쯤 인사드리고 내일 다시 오겠다 인사하고 같이 수고 하시던 목사님들에게도
내일 뵙자고 인사를 끝내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깁니다.

개척교회인 우리 교회는 금요기도회에 사람이 모여봤자
어머님과 집사람 이렇게 겨우 두명만이 초라하게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예배 인도자인 나까지 합하면 도합 셋입니다.

누가 빨리 안온다고 비난할 사람도 없고 기다리다 지쳐 가버릴 사람도 없습니다.
전화 한번 넣어서 아들 전도산 지방회 행사일로 예배 시간이 맞추기 늦었고
오늘 너무 피곤해서 쉬자고 정당하고도 합법적인 핑계거리를 댈 수도 있었습니다.

선배 목사님이 얼른 가보라고 택시비까지 쥐어 주신지라 택시를 타보려고 했지만
택시잡기도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10분마다 다닌다던 시내버스가 어떤 땐 20분이나 넘게 기다려도
오지않기가 다반사이고 설령 버스를 타도 교회 앞까지 바로 노선이 연결되는 것도 아니구요.

그래서 퍼뜩 고 전도사 머리에 든 생각은 시간내에 가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나,
무조건 뛰는 일이라 생각이 듭니다.

숨이 턱턱 차오르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과가 피로로 몰려옵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이마엔 땀방울이 송 송 송 맺힙니다.
삽십분이 넘게 교회를 향해 달려온 길, 땀을 비오듯 뻘뻘 흘리며
온몸이 땀에 흠뻑 젖으며 달려오는 내 모습속에 진짜 신앙이란 이런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달리면서 흘러내리는 땀을 훔쳐 닦으면서 웬지 모를 기쁨이 솟아 나오는데
알 수 없는 눈물이 뺨가를 흐릅니다.
마음은 너무 기쁜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나옵니다.

교회에 도착하니 8시 50분, 예배 시작 10분전입니다.
그렇게해서 나는 하나님과의 약속시간을 지켜냈습니다.
예배시간에 늦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눈물인지 땀인지 섞여 알 수 없는 물방울들을 얼굴에서 스윽 닦아내며 강단에 올랐습니다.
오늘 설교 제목이 바로 정해졌습니다.

“예배는 하나님과의 약속”이라고 정했습니다.
그날 인도자인 나를 포함해 세명이 드린 뜨거운 철야 기도회는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모두 은혜의 바다로 첨벙 첨벙 헤엄쳐 들어갔습니다.

온 몸이 은혜에 젖었습니다. 온 가슴이 뜨거움으로 벅찼습니다.
그렇게 주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를 기다리시던 하나님의 마음을 아주 오래도록 마음깊이 느낄 수 있었던 은혜로운 밤이 깊어 갑니다.

선한목자 고한영 목사